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나도 내가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될 줄 몰랐다. 나는 스스로 욜로족이라고 말한 적 없지만 주변 사람들은 날 욜로족이라고 불렀고 술과 오토바이라는 취미에 급여를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처음 목돈에 관심이 생긴 건 첫 회사에서 퇴사한 뒤 캐나다 이민을 두고 고민할 때였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실행하려면 목돈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느꼈다. 유학을 열심히 준비해서 입학허가서까지 받아두었지만 결국 캐나다 행을 포기하고 남미로 2년간 봉사활동을 떠나게 되었다. 경제적 자유, 회사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에 관심이 더 커진 것은 이 때였다. 나는 좀 독특한 마을에서 살았는데, 현지인 커뮤니티와 유럽/미국 출신의 외국인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마을이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 중엔 히피들도 있었지만 소위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친구들도 있었다. 원격으로 외주 업무를 받고,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그 때 시작한 것 같다. 정확히는 그 전에도 막연하게 상상하긴 했지만 실제 사례를 접하고 그런 생활이 피부로 와 닿은 느낌. 노트북 한 대 들고 나와서 마을 중앙광장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일하다가 점심을 먹고 일하다가 저녁엔 펍에 가서 먹고 마시고 노는 모습. 영국인 친구는 뭘 하고 사는진 몰라도 역시 사업을 한다고 했고, 곧 베이스캠프를 멕시코나 태국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했다. 항상 낡고 허름한 티셔츠에 무릎이며 엉덩이가 다 늘어난 츄리닝 바지만 입고 다녔지만 자유로워보였고 원하는 대로 사는 것 같았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예상보다 1년 이상 빨리 귀국했고, 이 기간동안 다른 공부를 하면서 전직을 하게 되었다. 전직하고서도 한동안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을 뿐 특별한 행동 없이 매달 쓰고 남는 돈을 쌓아놓기만 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사회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는 것을 너무나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억만장자는 아니더라도 회사에 매이지 않는 삶. 최대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날 수 있는 삶. 사회생활을 한다고 사람들과 의례적으로 어울려야 할 필요가 없는 삶. 그래서 그 날부터 닥치는대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고 부동산 투자가들의 채널을 구독하고, 좋다는 책을 찾아 리스트를 짜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현재 주된 관심사는 부동산 경매와 임대사업 및 직영사업, 그리고 주식 장기투자다. 일반 매매를 통한 아파트 투자도 들여다보고는 있다. 주택은 내가 언젠가 실제로 살 집을 구입하고 싶고, 모두가 하락장이니 침체기니 하는 판국이라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분석해 보고서 정말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을 찾으면 구입하고 싶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여러가지 정보를 접하고 분석해보면서 재테크의 방향성을 잡고 종잣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스프레드 시트를 활용해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다. 2월달 내역을 모두 작성했고 이제 3월의 가계부를 채워나가는 중이다. 직장인들의 재무설계 내역을 구경해 보니 내 지출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아 시발비용(내 경우엔 주로 혼자서 바에 가는 것)에 주의하고, 약속을 잡을 때 술집보다 카페로 갈 생각이다. 주변에 술쟁이들이 많다보니 술집으로 가면 기본 5만원에서 10만원도 수시로 깨져서 이 비용을 줄여보려고 한다.
연금저축펀드는 기본적으로 55세 이후에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나는 별로 장수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서 연금을 받기까지 20년도 더 바라봐야 하는 이 상품 가입을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목돈이 필요할 경우 일정부분 담보대출이 가능한 점, 당장의 세제혜택이 좋은 점, 그리고 ETF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고 계좌를 만들어 돈을 조금 넣었다. 연 400만원까지만 부어볼 생각이다. 나중에 필요 없을 거 같으면 세제혜택 받은 거 뱉어놓고 깨지 뭐. 담보로 돈 좀 미리 빌린 셈 치고.
인생을 적당히 즐기면서 평생 급여의 노예로 살다 어느 순간 죽으러 갈 것인지, 몇 년 쏟아 부어서 남은 생을 스트레스 없이 살다 갈 것인지 생각해 보면 내겐 후자가 맞는 선택이다. 애초에 도박 같은 게임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지만 만에 하나 투자가 망해 정말 다 관두자고 생각하게 된다면 죽음값은 금방 벌 수 있다.
아무튼... 재테크 블로그 시작.
'탈주기 > 주제 없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네이버로 이전 중 (0) | 2022.05.16 |
---|---|
새삼스러운 다짐 (0) | 2022.05.14 |
주거용 물건 경매 입찰, 명도, 임차, 매도과정 시뮬레이션 (0) | 2022.04.21 |
재임스(재개발 임장 스터디) 구상하기 (12) | 2022.04.16 |
나의 장점 (2) | 2022.04.12 |